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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개혁하는 개혁신앙> 편역자 서문

V.D.M. 이스데반 2025. 6. 12. 09:13

편역자 서문

이스데반 목사
자라가는교회 담임


이 책은 겸손했고 교회와 성경을 열렬하게 사랑했으며 시대적 적용에 깨어있었던 신학자 바빙크의 글 중에서 아직 국내에 번역되어 소개된 적이 없는 몇 편의 글을 모은 것입니다. 1장 “창조인가 진화인가?”는 영적인 것과 관련하여 자연과학의 한계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성경이 말하는 창조야 말로 인간의 고상한 지위를 합당하게 설명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함으로 백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이 글은 세상에 대하여 진리로 돌이키도록 개혁을 외칩니다.

 

2장 “전쟁에 대하여”는 전쟁 자체의 참혹함을 지적함과 함께 성경은 정당한 방어와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전쟁에 대해 단죄하지 않음을 바빙크 자신의 통상적인 유연한 어조를 따라 제시합니다. 평화를 추구하려는 간절한 열망을 가지고 그러나 부득불 피할 수 없는 상황의 전쟁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이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이스마엘-하마스 전쟁을 비롯해 전쟁이 끊이지 않는 시대에 바빙크의 성경적 전쟁관을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자료입니다.
 

3장 “종교개혁에 대하여”는 바빙크가 1892년 9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된 개혁교회 연맹(Alliance of the Reformed Churches holding the Presbyterian System)의 제5차 총회에 참석하여 연설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이 요약문은 당시 총회 의사록에 기록된 것이며 여기에 처음으로 한글판을 선보입니다. 
 

이 강연에서 바빙크는 종교개혁의 출발점을 제시하고 종교개혁의 분파들 중에서 칼빈주의 종교개혁의 탁월성을 역설합니다. 이는 개인구원에 머무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칼빈주의 종교개혁의 깊이와 넓이와 높이를 조명한 것입니다. 현대의 사람들은 새로운 용어를 만들기를 좋아하므로 신-칼빈주의(Neo-Calvinism)라는 범주 속에 바빙크를 집어넣으려 하지만, 실상 바빙크 자신은 단순히 ‘칼빈주의’라는 용어만으로 가장 출중하고 다방면에 미치는 종교개혁의 정신을 나타내기에 충분히 만족하는 듯합니다.

[이 점은 다음의 글에서도 충분히 확인된다. 헤르만 바빙크, 『바빙크 시대의 신학과 교회』, 이스데반 편역 (서울: CLC, 2023), 64-109(제2장 “칼빈주의의 미래에 대하여”).]

또한, 이와 관련하여 프롱크 목사님이 쓰신 부록 3 “신칼빈주의”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4장 “네덜란드의 정신적, 종교적, 사회적 힘에 대하여”는 네덜란드 정부에서 기획한 국가의 정체성을 소개하는 시리즈물 중에서 바빙크가 저술한 17번째 단행본을 번역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바빙크는 당대 네덜란드의 정치와 사회, 문화와 예술, 교육과 종교, 과학과 철학, 교회와 신학을 주요 인물들을 통해 개관하면서 소수에 머무르는 개혁파 신앙인들의 박해와 저항 그리고 투지와 열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로부터 이 세대 안에서 그리스도인의 역할과 소명을 확인하고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세상을 향해 교회가 서야할 자리를 찾게 됩니다.
  

부록 1 “타락과 죽음에 대하여”는 바빙크가 성경 백과사전에 기고한 부분을 소개한 것입니다. 이 부록은 바빙크가 성경에 얼마나 충성스럽게 헌신한 신학자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분산된 바빙크의 단편들을 모으면서 이 책의 제목을 『세상을 개혁하는 개혁신앙』 

[이 제목은 본서 2장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다음의 문구로부터 모방한 것이다. “칼빈주의 안에서 온 세상을 정복하기 위한 추진력이 살아 숨 쉽니다.” 바빙크는 개혁파(Reformed)를 신학적 개념을 가리키는 좁은 의미로, 칼빈주의(Calvinism)를 삶의 영역 전반을 아우르는 넓은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본다. 다음을 참조하라. 헤르만 바빙크, 『바빙크 시대의 신학과 교회』, 68-69. 그러나 개혁신앙(Reformed Faith)을 가진 사람은 칼빈주의자(Calvinist)로서 살아가야 마땅하다는 점에서 개혁신앙과 칼빈주의는 맞물린다. 바빙크에게 있어서 기독교의 사회개혁은 복음의 가치를 돋보이게 함으로써 사회, 국가, 세상이 갱신되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제도를 기독교화 시키려고 하지는 않는다. 또한 기독교는 국가의 질서를 전복하려 하지도 않고 권력이나 정치적 힘에 휘둘리거나 그런 힘을 사용하여 혁명을 이뤄내려고 하지도 않는다. 기독교는 복음의 진수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빛처럼 어두운 곳을 밝히고 소금처럼 정체성을 유지한다. 이것이 기독교적 개혁의 원동력이자 힘이다. 그러므로 기독교인은 교회를 통해서는 세속 정치의 지도자가 될 수 없으나 사회기관을 통해서는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교회에서는 목사가 일반 정치인이 되고자 할 경우 목사직을 내려놓는다. 다음을 참조하라. 헤르만 바빙크, 『현대 사상 해석』, 박하림역 (군포: 다함, 2023), 194-234(7장 기독교 원리와 사회적 관계).]

이라고 붙인 것은 적절한 것으로 여겨지리라 믿습니다. 또한 편역자로서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앞서 간행된 『바빙크 시대의 신학과 교회』(CLC, 2023)와 함께 본서는 말하자면 “바빙크의 역동적 칼빈주의 소론집” 2부작(duology)을 자연스럽게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편역자로서 다음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본서의 출간을 기꺼이 맡아주신 기독교문서선교회(CLC) 대표 박영호 목사님, 2장의 내용을 게재할 수 있도록 소통해 준 진리의 깃발사(Banner of Truth Trust)의 레이철 버클리(Rachel Buckley), 2023년 5월 1일부로 역사속에 묻힌 네덜란드 개혁교회 해방파 소식을 부록에 싣도록 허락해 준 웨스 브레던호프(Wes Bredenhof)목사님, “신칼빈주의” 논문의 번역 게재를 기꺼이 허락해 주신 코르넬리스 프롱크(Cornelis Pronk) 목사님, 적합한 추천사를 보내주신 최덕수 목사님과 이태복 목사님 그리고 박재은 교수님께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끝으로 바빙크의 신학 

[일반 성도들(청소년 이상)이 기독교 신앙의 개요를 파악할 수 있도록 작성된 바빙크의 저술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은 바빙크의 신학을 압축한 것으로서 각 기독교 가정마다 한 권씩 소장하고 반복해서 읽을 가치가 있다. 헤르만 바빙크, 『기독교 신앙 안내서』, 박하림 역 (군포: 다함, 2024).]
에 대해 도스커가 쓴 글을 붙입니다. “바울과 마찬가지로 바빙크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모든 사상을 사로잡아 그리스도께 복종시켰다고 말입니다. 이 점은 합리주의에 대한 바빙크의 타협하지 않는 태도를 설명합니다.”

 

Laus Deo! (찬송이 하나님께!)

압독국 무학산 자락에서
言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