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3층 24평을 예배실로 사용하고자 2년간의 계약을 체결했다. 소위 말하는 맨땅에 개척이다. 그러나 미자립은 아니고 자립교회다. 원하는 분의 후원은 받을 생각이다. 계약금은 후원없이 전액 교회헌금으로 충당되었다. 월세도 지금 수준에서 지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설이나 비품은 상황에 맞게 하나씩 갖추어 갈 생각이다. 앞으로도 사비를 교회 운영을 위해 투입할 일은 없을 것이다. 어차피 후일에 후임자에게 인계하고 떠날 생각으로 준비하고자 시작한 교회이고, 내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이길 바란다.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시간까지 섬기다가 미련없이 떠날 것이다.
교회마다 사정은 다를 것이다. 어떤 목사님은 은퇴후에 장로나 집사로 남아서 섬기겠다는 분도 있고, 어떤 목사님은 은퇴후에도 2주에 한번씩 주일 오전설교를 감당하고 계시는가 하면, 어떤 목사님은 그냥 멀리 떠나시는 분도 있다. 어떤 교수님은 섬기던 교회에 은퇴후에 성도로서 출석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가르치기도 하신다. 그러나 교회마다 사정이 다를 것이다. 정답은 없는 것 같은데, 은퇴이후 잡음은 여기저기서 꽤 들려온다. 현직에서 칭송받던 분들이 은퇴이후 존경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난다. 나는 떠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하나님이 주신 시간동안 말씀의 종으로 성실히 봉사하고자 한다.
장소는 이전에 체육관 용도로 사용했던 곳인데 절반 정도로 구획이 되어 있었다. 한쪽은 예배실겸 교육실이 될 것이고 다른 한쪽은 친교실겸 다용도실이 될 것이다. 예배실은 10명 정도 모이면 아늑하고, 20명 정도 모이면 꽉찬 느낌이 들것 같다.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면서 기도하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임대광고를 보고 연락을 했다. 해당 구역에는 교회가 없는 곳이다. 대구같으면 길건너 교회가 마주보고 있을 정도가 되어 있는데, 여긴 시골이라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건물 주인은 인근에 50명 정도 모이는 감리교회의 현직 목사님이셨다. 은퇴를 많이 남겨두지 않은 분이셨다. 한달치 월세를 감해 주시고, 계약금에서 추가로 20만원을 청소비로 빼주셨다. 그리고 인근 찻집에서 차를 대접해 주셨다. 300만원짜리 중고차를 타시는 별 가진 것 없는 분이다. 건물은 할아버지가 목사님이셨고 독립유공자셨는데 기념관식으로 지었다가 빚이 생겨서 선교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일반 상가로 임대하는 상황이라고 하셨다. 3층을 교회로 임대하게 되어 내심 반가운듯해 보이셨다. 이렇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계약을 마치고 간단한 소회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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