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수술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겸손하고 성실했다. 환자를 수술하고 진료하는 시간 외에는 공부에 힘을 쏟았다. 정경원의 책상에는 언제나 반쯤 열린 교과서와 주요 논문집들이 놓여 있었고 한쪽에는 늘 성경이 독서대에 반듯이 펼쳐 있었다.
내가 정경원의 거처조자 마련해주지 못했을 때 김지영이 나섰다. 중환자실 옆 회의실 한쪽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2층 침대와 책상을 들였다. 회의실에는 화장실은 물론 세면대조차 없었으나 정경원은 묵묵히 버텼다. 이른 새벽에 그 앞을 지날 때면 정경원의 나지막한 통성 기도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하루도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서 하나님의 뜻이 환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주시고, 제가 하는 일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보살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나는 정경원의 신심을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그를 돕는 것이 내 몫이라는 점은 분명하게 자각했다. 내 인생에서 정경원 같은 사람은 만난적도 없고 앞으로도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이국종, 골든아워1, 흐름출판, 192-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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