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사전 조치(praemotio)는 악한 행위들에도 미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이 잘못을 범하거나 죄의 근원인 것은 아니다. 그 사전 조치는 오직 도덕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 내용과 실체라는 관점에서의 행위에 대한 것이다. 즉 그 행위의 실체에 대한 것이고 그 행위에 내포된 악에 대한 것이 아니다.
또한 하나의 동일한 행위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즉 물리적이거나 도덕적으로 고찰할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관리는 사형집행인을 통해 범죄자에게 가해진 죽음의 원인이지만, 그 집행에서 나타난 잔인함의 원인은 아니다. 하프 연주자는 그 소리의 원인이지만, 현들에서 생겨나는 불협화음의 원인은 아니다. 절뚝거리는 말을 모는 사람은 그 운동의 원인이지만 그 절뚝거림의 원인은 아니다.
또한 그런 행위에는 악이 필연적이고 분리될 수 없게 결합되어 있다는 것은 반론이 될 수 없다. 창조된 의지는 그 행위의 물리적 원인이기는 하지만 거기에 결부되어 있는 악의 도덕적 원인은 아니기 때문에, 그 행위의 원인인 하나님이 그 행위와 결합된 악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옳지 않다.
우리의 대답은 창조된 의지가 악이 필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행위의 원인인 경우에만 악의 원인일 수 있다는 전제는 거짓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물리적 행위 주체로서의 의지는 그 행위의 물리적 원인이지만, 도덕적 행위 주체로서의 의지는 단지 그 행위를 만들어 내기 때문만이 아니라 인간이 종속되어 있는 법을 어긴 행위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악의 도덕적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악을 인간의 의지에 돌리는 이유는 단지 의지가 존재라는 측면에서 물리적 행위 주체로서 그 행위를 만들어 내기 때문만이 아니라, 법에 종속되어 있는 도덕적 행위 주체로서의 인간이 금지된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덕적 악은 어떤 것의 본성으로부터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행위에 내재적으로 수반되지 않고 창조된 의지의 결함에서 나오기 때문에, 죄의 원인은 하나님이 아니라 이 창조된 의지의 결함에 돌려야 한다.
프란키스쿠스 투레티누스, 변증신학강요 1, 부흥과개혁사, 764-765.
스데반의 생각
투레티누스는 죄의 원인은 인간의 창조된 의지의 결함에 돌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인간은 물리적 행위 주체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 행위 주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죄의 원인은 인간의 타락에 돌리는 셈이다. 그런데 인간의 타락의 1차적 원인은 하나님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인간의 타락에 관여하는 1차적 원인으로서의 하나님의 사전 조치(praemotio)는 물리적 행위에 대한 것이지 도덕적 관점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나님이 정하지 않았다면 인간은 타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이 정하신 것은 물리적 관점에서의 (타락의 결과를 낳은) 인간의 행위이지 타락이라는 도덕적인 악을 행하도록 정하신 것이 아니다(하나님은 선하시므로 그렇게 하실 수 없다). 이로써 하나님은 악의 원인이 될 수 없고, 인간이 도덕적 행위 주체로서 악의 원인이 된다. 요지는 물리적 관점에서의 행위와 도덕적 관점에서의 행위를 구분하여, 하나님은 전자에만 관여하시므로 죄의 원인은 하나님이 아니라 부패한 의지에 따라 행하는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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