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문

적에게도 배워라-이동영

V.D.M. 이스데반 2021. 8. 18. 22:53
위대한 전사는 적진에 들어가서 싸웁니다. 적진에 들어가 적의 모든 요구를 다 받아들이고서라도 싸움에서 이겨야 진짜 위대한 전사입니다. 존 도미니크 크로산은 원래 미국에서 역사적 예수를 연구하는 가장 과격한 그룹인 "예수 세미나" 진영에 속한 신학자라서, 전통적인 입장의 분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레미아스의 신약신학도 읽어보면 상당히 온건하고 균형 잡혀 있으며 유익한 내용이 많지만, 엄격한 보수성을 띈 분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하지만 여러분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와 경향이 다른 사람들도 우리가 선용할 만한 영롱한 지혜를 설파한다는 사실이에요. 사도 바울도 그리스도교로 개종하기 전에 섭렵한 그리스 철학에 대한 조예 덕분에 훌륭한 복음 변증가가 될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칼뱅도 모든 진리는 하나님의 성령으로부터 왔다고 말했지요. 그러나 설사 신자가 아닌 사람이 펼치는 진리라도, 그것을 배척하거나 경멸하는 것은 성령님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칼뱅은 디도서 1:12의 주석에서, 비록 악인이 발설한 진리라도 그것이 진리인 한 하나님에게서 온 것이라고까지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신학을 할 때 열린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적에게도 배울 점이 있습니다. 우리와 경향이 다른 사람도 우리가 간과한 진리를 깨닫고 있을 수 있습니다. 존 도미니크 크로산에게서 보듯이 우리와 경향이 완전히 다른 신학자에게도 충분히 배울 만한 측면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헤르만 바빙크는 신학할 때 바람직한 방법으로서 '선별적 비평의 방법'을 권했던 것입니다. 선별적으로 비평하여 배울 점은 섭렵하고 배우지 말아야 할 점은 걸러내야지, 무조건 다 맞거나 무조건 다 틀린 신학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동영, 신학 레시피, 새물결플러스, 346-347.

(초기 불트만 학파의 예수 신화론을 격퇴시킨 예로서 크로산과 예레미아스의 경우를 들면서)

 

*보라색 문장 참고 출처

우리는 하나님의 영을 진리의 유일한 원천으로 간주한다면 진리 자체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이뿐 아니라 하나님의 영을 모욕하기를 원치 않는다면 진리가 어디에서 나타나든지 멸시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성령의 선물들을 과소평가하면 성령 자신을 비난하고 모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존 칼빈, 기독교강요, II. 2. 15. 문병호 역, 생명의말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