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일입니다만,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빌리 그래함 대집회 때도 결단의 시간에 일어선 사람이 무척 많았습니다. 봉사원들이 대거 동원되어 그들의 이름과 주소를 다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소대로 주변의 교회에 모두 통첩을 띄웠습니다. 그때 저희 영등포교회에 온 결단자 수만해도 약 153명이었는데 다 주소가 분명해서 일일이 그들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후 정말 놀랄 만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단했던 사람들은 대부분이 믿는 사람들로 세례 교인, 집사, 심지어 장로 직분을 받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 결단은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것인데 왜 이렇게 일어나서 결단하고 이름까지 적었는가 물었더니 일어서라고 해서 일어선 것일 뿐이라고 합니다. 모두 다 일어나는 판에 자기만 어떻게 앉아 있을 수 있었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합니다. 그 강사 기분 좋으라고 일어났다는 대답도 있었습니다.
흥분된 상태에선 인격적인 결단이 나올 수 없습니다. 혹 그런 와중에서 결단했던 헌신이 열매를 맺는 경우도 있으나 그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오늘날 교회가 이같은 흥분으로 사람들의 신경을 마취시켜 결단하게 하는 일은 지양해야 합니다. 흥분이라는 심리 작용을 신앙에 이용하는 장점도 있겠으나 이를 정상적인 방법처럼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특별히 주의해야 할 일입니다.
무슨 목적으로 하든지 그 목적에 도달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부흥회를 해서는 안 됩니다. 이성을 잃은 신앙 행위는 나중에 의지로 감당하지 못하게 됩니다. 감당하지 못할 결단을 하는 신앙은 죽은 신앙으로 전락되고 말 뿐입니다. 반면에 인격적으로 결단하고 실천하는 신앙은 반석위에 세워진 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지일, 세그릇에 담는 옛 보물, 한세,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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