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규식 목사님은 주위에 '선비'로 통한다. 고고한 성품도 그렇고 즐기는 취미도 그렇고 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추호의 타협도 용납하지 않는 지조도 그를 선비로 보게 만드는 요인이다. 후배 목사들에겐 좀 어려운 목사님으로 알려져 있으나 조금만 교제해도 사랑과 인정이 넘쳐나는 분임을 금세 알 수 있다. 나도 양 목사님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으며 무연고지 경북서지방에 와서 어려운 목회를 잘 감내해왔다. 내가 덕천교회로 처음 부임해 왔을 때, 양 목사님은 몸체만한 화장지를 사들고 직접 사택을 방문한 적도 있다.
마침 이사를 하고 정리까지 마쳐놓고 거창에 볼일이 있어 대덕쯤 가고 있는데, 양 목사님이 지금 어디냐며 전화를 하셨다. 운전도 못하고 당연히 승용차도 없는 분이 후배의 새 출발을 격려하기 위해서 방문한 그 이면엔 순수한 사랑이 맺혀 있음을 나는 잘 안다. 사택과 너무 떨어져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라 헛걸음을 친 셈이 되었지만 아직도 나의 뇌리엔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그 뒤에도 목회에 도움 받을 일이 있을 때면 사택으로 찾아가 조언을 듣고 사모님이 손수 만들어 주시는 식사를 맛있게 먹곤 했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하겠는데, 아마 금년 5,6월 쯤 되지 않나 싶다. 양 목사님이 전화로, 책을 정리하려는데 필요한 것이 있을지 몰라 전화했다는 것이다.
나는 즉시 목사님 사택으로 달려갔다. 짐을 듬성듬성 꾸려놓고 있었다. 한쪽에 신학 철학 관련 도서를 쌓아놓고 필요할 것 같으면 가져가라는 것이다. 삼성판 '세계사상전집'과 크리스챤아카데미 출판 '한국기독교 100년' 등 100여 권의 책을 가려서 차에 실었다. 진보적 시각으로 집필된 '한국기독교 100년'은 오래 전 절판된 책으로 한국교회사 공부를 하면서 꼭 구하고 싶었던 책이다. 헌책방 여러 곳에 수소문해 보았지만 결국 구하지 못한 책이라 더 반갑고 고마웠다. 지금 생각하니 이때 이미 은퇴 준비를 하고 계셨던 것 같다.
양 목사님은 빈틈이 없는 분이다. 가끔 좀 부족한 듯한 모습을 보여야 가까워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는 법인데, 그렇지 않으니 대하기가 무척 어렵다고들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랬다. 그분은 설교 준비도 완벽할 정도로 철저히 준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나는 책을 받아 오면서 한 쪽에 묶여 있는 공책 무더기를 발견하고 무엇인지 물었다. 설교 준비 노트라고 했다. 남기기도 뭣하고 해서 불에 태우기 위해 묶어 두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내가 참고하고 보관하겠다며 억지로 받아왔다. 노 선비는 부끄럽다고 했다. 하지만 공책을 넘기는 나에게 그의 정성과 성실 그리고 진지함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했다.
사람들의 글쓰기는 처음과 중간이 다르고 중간과 끝이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정성들여 가지런히 써나가다가도 그것이 점점 기준이 흐트러지고 필체가 흔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양 목사님의 설교 준비 노트는 첫 장과 중간 장 그리고 끝 장이 너무나 같았다. 흔들림이 없었다. 중간 중간 잘못 쓴 글자에는 화이트로 지우고 새로 써넣은 것에서 그분의 완벽함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양 목사님이 목회 여정을 그대로 말해 주는 것이다. 시종일관 어디를 가든 말씀에서 출발하고 성령께 의지한 그분의 외길 목회 여정 말이다.
양 목사님은 4년 6개월 정년을 앞두고 조기 은퇴를 하는 것이다. 흔치 않은 결단이다. 교회를 생각하고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의 결정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모든 것이 젊어져 가는 시절, 교회도 젊어져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을 그가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 아직 주님의 일을 위해 열정과 애정이 많이 남아 있는 분이 목양지를 젊은 목회자에게 넘기고 다른 방법으로 하나님과 교회에 충성하는 길을 찾으려는 것 같다. 욕심 내지 않고 새롭게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 할 양 목사님의 목양행전이 기대된다.
(이상 덕천 설결교회 이명재 목사님의 글 중에서)
김천서부교회 담임목사 취임식 및 원로목사 원로장로 추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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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서부교회, 양규식 목사 원로추대 - 한국성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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