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만세 전에 구원얻을 사람과 멸망할 사람을 예정해 놓으셨으니 하나님께서 죄인에게 죄를 물으실 수 있는가? 하나님께서 예정해 놓으셔서 아무도 그것을 뒤집을 수 없으니 말이다. 하나님께서 죄인이 죄짓고 멸망하도록 예정해 두셨으니 그 죄인은 그 하나님의 뜻에 저항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것이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그 죄인에게 죄의 책임을 물으신다면 말이 안되는 것 아닌가?
이런 질문은 요즘도 예정론에서 등장하는 질문인데 사실은 로마서 9:19이 바로 이 질문을 가리키고 있다. 바울은 이 질문을 상정해 놓고 답변을 해 나간다. 그러나 이것에 대한 논리적인 (예를 들어 하나님은 예정해 놓으셨지만 하나님은 도덕적인 의미에서 죄의 원인자가 아니시므로 죄에 대한 책임은 인간 자신에게 있다는 식의) 반박을 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님께서 하신 일 앞에 죄인이 왜 나를 죄인으로 멸망하도록 예정하셨냐고 입을 여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고 몰아부친다. 하나님께서 구원할자를 통해 영광받으시고 멸망할 자를 통해 진노와 오래참으심을 보이고자 하신 것이니 죄인이 나서서 '하나님께서 나를 멸망하도록 예정하셨으므로 하나님은 나에게 죄를 물으실 수 없다'라고 말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바울은 여기에서 하나님의 주권만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의 주권 앞에서 모든 입은 다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왜 나는 멸망하고 저 사람은 구원받는가, 죄인은 멸망하도록 정해져 있으므로 죄짓고 멸망할 수 밖에 없으므로 하나님은 죄인에게 허물하실 수 없다'고 항변하는 것에 대한 바울의 답변은 무엇인가? 그런 질문 자체가 어리석다는 것이다. 그런 질문은 겸손하게 회개할 마음은 없는 자들이 피조물 주제에 하나님 앞에서 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냐고 따지는 것 뿐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좀더 자세하게 보면, 죄인의 멸망을 예정하신 하나님이 죄인에게 죄를 물을 수없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진노로 벌하신다(22절). 왜 그런가? 하나님이 예정하셨기 때문에 예정하신 하나님께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바울의 답변은 아니오이다. 하나님께는 불의가 없다(14절).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구원할 자와 멸망할 자를 예정하신 것에도 불의가 없다. 하나님은 죄의 도덕적 기원과 원인이 아니시다. 그러므로 공의로우신 하나님은 죄인의 죄에 대하여 마땅히 진노하신다. 그리고 그렇게 하나님의 공의와 진노를 보이시고, 또한 오래 참으심을 보이시기 위해 죄인의 멸망을 예정하셨다.
하나님은 죄인이 죄를 짓고 멸망하도록 예정하셨고, 그 죄인에게 죄를 물으시고 벌하신다. 전자는 하나님의 주권을 드러내고, 후자는 하나님의 공의를 드러낸다. 그러므로 죄인이 나는 하나님의 예정 때문에 죄를 범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논리적으로 항변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오히려 바울은 그것이 말이 안된다고 한다. '절대 주권자 하나님께서 그렇게 예정해 놓으신 것에 감히 따지는 것이냐?'라고 응수한다. 바울은 죄인의 허접한 논리를 하나님의 절대 주권으로 틀어막아버린다. 여기에서 그것이 왜 허접한 논리인지 설명되어야 한다.
1. 그런 질문은 하나님의 예정 교리를 죄인의 자기 정당화를 위한 지푸라기 방어 수단으로 삼는 것이다.
(죄인이 죄를 짓는 것은 자신의 의식과 의지 안에서 자의에 따라 행하는 자기 책임적인 일이다. 즉 하나님의 예정이 사람의 자기 책임을 결코 면제하지 않는다.)
2. 하나님의 예정 교리의 진수는 하나님의 주권과 그에 따르는 공의와 자비의 현시에 있는 것이다.
3. 그래서 바울은 그런 질문은 허접한 논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주권에 시비를 걸지 말라는 강수를 둠으로써 그런 질문이 어리석다는 것을 질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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