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을 모독하는 죄는 오히려 이런 것이다. 즉, 그런 사람이 모든 객관적인 계시와 주관적인 조명하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한 자신이 진리를 진리로 알았고 맛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고의적인 의도를 갖고서 그 진리를 거짓말이라 부르고 그리스도를 사탄의 도구로 선언해 버리는 것이다. 여기서 인간적인 죄가 마귀적인 죄가 되는 것이다. 그 죄는 의심과 불신앙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후회와 기도의 가능성을 완전히 끊어버리는 그런 죄인 것이다(요일 5:16). 의심과 불신앙, 후회와 기도의 순간을 이미 완전히 넘어서 버린 상태다. 성령께서 성부와 성자의 영으로 인정받고 계신데도 불구하고, 마귀적인 사악함으로 그를 모독하는 것이다. 이러한 절정의 상태에서는 죄가 그 수치의 자취를 다 떨어내 버리고, 겉에 둘러싼 모든 포장을 다 내어 던지고서 너무도 노골적으로 그 벌거벗은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며, 모든 이성적인 것들을 다 경멸하고, 순전히 악만을 즐거워하는 자세로, 하나님의 진리와 은혜를 상대로 대적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령을 모독하는 일에 관한 이 가르침에서 예수께서 우리에게 전하시는 이 말씀은 정말로 지엄한 권고인 것이다. 그러나 그 가르침 속에 담겨 있는 위로를 잊어서는안 된다. 이 성령을 모독하는 죄 하나만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면, 다른 모든 죄들은, 아무리 크고 심각한 죄라도, 다 용서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인간의 통회의 행위를 통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풍성하신 은혜로 말미암아 그 죄들은 용서함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헤르만 바빙크, 개혁교의학 개요, 크리스천 다이제스트, 309-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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